어디서 유래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중대장은 실망했다"라는 말이 하나의 밈이 되어버렸다. 나는 소대장 복무를 하다가 전역하였다. 그래서 병사 출신보다는 중대장이라는 직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그리고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본 중대장님들도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장교 출신의 시각으로 본 중대장이 실망하는 이유를 설명해볼까 한다.
오로지 중대장의 책임
중대에 어떠한 일이 좋은 쪽으로 일어나든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든 결국 모든 결과는 중대장이 떠안아야 한다. 뭐 좋은 일이라면 그냥 기분 좋게 넘어가면 되지만 나쁜 일이라면 중대장은 어쨌든 욕을 먹게 되어있다. 자신이 한 잘못이 아니더라도 중대의 단 한명의 인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중대장의 탓이 된다. 이래서 군대가 무서운 것 같다. 그렇기에 중대장은 중대에 무슨 문제가 생길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내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사평정(진급)에 영향이 간다
중대장이라는 직책은 1차가 있고 2차가 있다. 말그대로이다. 1차 중대장은 중대장이라는 직책이 처음인 사람을 말하고, 2차 중대장은 2번째인 사람을 말한다. 1차 중대장은 보통 대위 계급을 갓 달게 된 분들이라 이때는 중대장 본인도 서툰 면도 많다. 그렇기에 업무 적응에 꽤나 바쁜 시기이다. 그리고 아직 소령 진급에 대한 걱정이 없는 시기이다. 그러나 2차 중대장은 다르다. 어느 정도 짬을 먹은 대위가 되었고 소령 진급 준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중대장 보직 임무 중 문제가 생기면 평정을 나쁘게 받게 되고 진급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 진급을 하지 못하면 대위를 달고 조기에 전역해야 한다.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기에 중대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중대장은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정시 퇴근이 없고 일이 넘친다
내가 본 중대장님들 중 정시에 퇴근하는 분들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항상 나보다 먼저 출근하셨고, 나보다 나중에 퇴근하셨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중대장님들의 업무량을 보니 도저히 업무시간 내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보통의 군대 업무는 인원 종합에서 시작해서 인원 종합으로 끝난다. 그런데 참 변수가 많다. 당직을 바꾼다거나, 부상을 당했다거나, 휴가 일정을 바꾼다거나 등의 변수 말이다. 중대는 보통 4, 50명 정도의 규모이다. 50명의 인사사항을 모두 고려하여 훈련 일정, 사격 일정, 교육 일정을 짜다 보니 머리가 아주 아프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원 중 한 명이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실망감이 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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